월지의 달빛과 문무왕의 약속
경주 동궁과 월지, 옛 이름 안압지는 신라의 별궁으로 문무왕 14년(674년)에 세워졌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문무왕은 월성 동쪽에 연못을 파고 섬 세 개, 봉우리 열둘을 만들어 신선의 세계를 구현했다. 연못은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고, 월지라 불렸다. 임해전은 동해를 닮은 전각이었다. 밤이면 횃불이 등대처럼 연못을 비췄고, 새벽 일출은 물결에 반사돼 신라의 번영을 상징했다. 이곳은 왕과 귀족이 미래를 논하며 약속을 나눴던 곳이다. 이 설화는 문무왕과 귀족들의 약속에 얽힌 이야기다.
문무왕 즉 김법민은 삼국통일로 신라의 위상을 높였다. 그는 월지 연못가에서 귀족들과 연회를 열어 백성의 안녕을 빌었다. 어느 밤, 임해전에서 연회가 열리던 중 달빛이 월지에 비쳐 은빛 물결이 일렁였다. 문무왕은 잔을 들며 말했다. 이 연못은 신라의 마음이다. 달빛이 비치는 한 우리의 약속은 깨지지 않으리라. 그 약속은 신라의 번영을 지키고, 백성이 동해 일출을 평화롭게 맞도록 하는 것이었다. 귀족들은 맹세했다. 월지의 법등이 꺼지지 않는 한 신라는 빛날 것이다.
월지의 연못은 단순한 호수가 아니었다. 섬들은 삼신산을, 봉우리는 무산의 신비를 담았다. 어느 새벽, 문무왕은 월지에 비친 일출을 보며 꿈을 꿨다. 동해 용왕이 나타나 말했다. 너의 약속이 진심이라면 이 연못은 신라의 영혼을 비추리라. 용왕의 목소리는 파도 같았고, 눈은 달빛 같았다. 깨어난 문무왕은 꿈을 귀족들과 나눴다. 그들은 임해전에서 법등을 밝히며 동해를 향해 기도했다. 이 불빛이 신라의 미래를 지키길. 월지는 신라의 축복이 된 장소였다.
월지의 물결은 신라의 꿈을 담았다. 달빛은 신라의 희망을 비췄다. 문무왕의 약속은 월지 바람 속에 숨 쉰다. 백성들은 월지의 법등이 미래를 지켰다고 믿었다. 그 불빛은 동해 파도와 어우러져 신라의 영혼을 비췄다. 신라가 쇠퇴하자 월지는 관리되지 못하고 기러기와 오리가 날아드는 안압지가 됐다. 하지만 931년 경순왕이 고려 태조 왕건을 초대해 임해전에서 연회를 열 때, 월지의 달빛은 여전히 빛났다. 경순왕은 말했다. 이 연못은 신라의 마지막 약속이다.
1970년대 발굴로 드러난 월지의 유물, 금동불상, 목선, 청동거울, 기와는 약속의 흔적이다. 연못가 정자는 신라의 풍류를, 임해전 기둥은 옛 약속을 품었다. 월지의 연못은 신라의 거울이었다. 오늘날 동궁과 월지는 경주 야경 명소다. 여행자는 연못가를 거닐며 문무왕의 약속을 떠올린다. 새벽 일출이 연못에 비치면 황금빛은 법등을 되살린다. 월지의 달빛은 은빛으로 반짝이고, 동해 바람은 용왕의 속삭임 같다.
월지의 물결은 신라 설화를 전한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순간을 느낀다. 월지는 신라의 영혼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약속은 경주 물결 속에 숨 쉰다. 월지의 이야기는 경주를 찾는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준다. 연못은 신라의 꿈을 간직한 보물이다. 그 물결은 동해 일출과 빛난다. 월지는 경주의 자랑으로 남는다. 그 약속은 세대를 이어 전해진다. 월지의 달빛은 신라의 희망을 비추는 등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