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8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잔혹한 현실과 환상 속에서 피어난 저항의 판타지동화의 얼굴을 한 전쟁의 그림자 1944년, 스페인은 내전의 상처를 아직도 품은 채 파시즘의 그늘 아래 있었다. 어린 소녀 오필리아는 임신 중인 어머니를 따라, 프랑코 정권을 위해 전투를 벌이는 장교 비달 대위의 야전본부로 이사하게 된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전사했고, 새아버지 비달은 무자비한 폭력과 권위로 군림하는 인물이다. 한편, 숲 속에서는 공화군의 잔당이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고, 내부에는 이를 도우려는 인물들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이 척박한 현실 속에서 오필리아는 낡은 고대 유적 속 미로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괴기한 생명체인 '판'과 마주한다. 그는 오필리아가 사실은 지하 세계의 공주라는 놀라운 진실을 알려주며,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하면 진정한.. 2025. 4. 22. 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2019) 소리를 잃은 드러머의 침묵 속 재탄생청각을 잃으며 무너져가는 리듬의 세계 루벤은 헤비메탈 밴드의 드러머이자 중독을 이겨낸 회복 자다. 그의 인생은 연인 루와 함께하는 공연 투어와, 강렬한 드럼 소리로 가득 찬 날들로 채워져 있다. 소리는 그의 존재 방식이자 정체성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공연 도중, 귀가 멍해지고 청명이 사라진다. 병원을 찾은 루벤은 청력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는다. 불가역적이며,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서만 일부 회복 가능하다는 말은 그에게 절망과 공포로 다가온다.그의 청각 상실은 단순한 감각의 소실이 아니다. 음악, 연인, 일상, 인간관계, 회복 중이던 자신까지 모두 무너지는 체험이다. 루벤은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고, 수술을 받기 위한 돈을 마련하려 고군분투하며 음악.. 2025. 4. 22.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2014) 사라지는 기억 속에서도 존재하려는 한 사람의 분투삶의 한가운데에서 닥쳐온 알 수 없는 침몰 앨리스 하울랜드는 명문대의 언어학 교수로, 학문적으로나 가족적으로 완벽한 삶을 누리고 있는 중년 여성이다. 그녀는 강의실에서 수많은 학생에게 언어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며, 세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지성인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강의 중 단어 하나가 떠오르지 않는 순간부터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자신이 익숙했던 공간에서 방향을 잃고, 익숙한 사람들의 이름조차 헷갈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라는 냉혹한 진단을 받는다.영화는 이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앨리스가 겪는 혼란과 두려움을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앨리스는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고 싶지만, 동시에 이 지독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2025. 4. 22. 타인의 삶 (Das Leben der Anderen, 2006) 감시와 침묵 속에서 피어난 마지막 양심의 기록완벽한 감시국가에서 시작된 이질적인 떨림 1984년의 동독, 베를린. 이곳은 사람들의 말과 행동, 숨소리 하나까지 감시받는 폐쇄적 사회다. 예술과 창작조차 이념의 도구로 변질되고, 인간의 내면은 철저히 억압된다. 영화의 주인공 비즐러 대위는 비밀경찰 슈타지의 모범 요원으로, 이 감시 체계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그는 동독 정부의 충실한 수행자이며, 체제에 대한 의심이 전혀 없는 냉정하고 기계적인 관찰자다. 바로 이런 인물이 드라이어 만과 크리스타 마리아, 두 예술가의 삶을 감시하게 되면서 영화는 잔잔하지만 급격한 전환을 맞이한다.드라이어 만은 존경받는 극작가이며, 그의 연인 크리스타는 유망한 배우다. 그들은 체제에 비판적이거나 적극적 저항을 하는 인물은 .. 2025. 4. 22. 어느 가족 (Shoplifters, 2018) 사랑이란 이름으로 엮인 불완전한 공동체가난과 도둑질 사이에서 움튼 온기의 풍경 동네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소년 쇼타와, 그를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아버지 오사무. 이 장면으로 시작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가족이라는 가장 전형적인 단위를 비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외형적으로는 조촐하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이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사회적 틀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다. 오사무와 노부요 부부, 손녀처럼 보이는 아키, 그리고 할머니 하츠에까지, 이들은 법적·혈연적 유대를 전제로 하지 않은 상태로 함께 살아간다.어느 추운 날 밤, 쇼타와 오사무는 아파트 발코니에 버려져 떨고 있는 소녀 유리를 발견하고, 차마 외면하지 못한 채 데려온다. 유리는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였고, 이들은 그녀를 보살피.. 2025. 4. 22.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 in the Rain, 1952) 환상의 춤과 웃음, 할리우드의 황금기 속으로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변화의 파도를 춤추듯 1920년대 후반, 할리우드 영화 산업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한다. 바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의 전환이다. 《사랑은 비를 타고》는 바로 이 대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유머, 춤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돈 록우드(진 켈리)는 무성영화의 스타로, 파트너 리나 라몬트와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시대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스튜디오는 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돈과 리나의 최신작도 대사를 포함한 유성영화로 다시 제작된다.하지만 문제는 리나에게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귀에 거슬릴 정도로 날카롭고,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 유성영화에 어울리지 않았다... 2025. 4. 22.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