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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사랑의 기억이 사라져도, 마음은 기억한다줄거리 및 감상《이터널 선샤인》은 이별 후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조엘(짐 캐리)은 내성적이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남자다. 그는 자유롭고 감정적이며 즉흥적인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과 사귀다 이별한다. 어느 날, 조엘은 클레멘타인이 자신과의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과 상처를 받은 그는 같은 방식으로 그녀에 대한 기억을 없애기 위해 기억 제거 시술을 받는다.그러나 시술이 진행되는 도중, 조엘은 무의식 속에서 클레멘타인과 나눴던 소중한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기 시작한다. 둘이 처음 만났던 순간, 바닷가에서 나눈 대화, 서로를 웃게 했던 작은 일상들까지 하나하나 되살아난다. 조엘은 결국 기억 속 클레멘타.. 2025. 4. 21.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감정이라는 우주의 항해자들미네소타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게 된 11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 그녀의 일상과 기억, 정체성은 ‘기쁨’, ‘슬픔’, ‘분노’, ‘혐오’, ‘공포’라는 다섯 감정 캐릭터들이 조종하는 ‘감정 본부’에서 결정된다. 그 중심에는 항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기쁨’이 서 있다. 그녀는 라일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모든 감정을 통제하려 하고, 특히 부정적인 감정인 ‘슬픔’이 핵심 기억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다.하지만 이사의 스트레스로 인해 라일리의 감정 시스템은 흔들리고, 그 와중에 우연히 ‘슬픔’이 중심 기억 몇 개를 건드리면서, 라일리의 주요 기억섬들 — 가족, 친구, 취미, 정체성 — 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기쁨’과 ‘슬픔’은 감정 본부에서 멀리 떨어진 기억.. 2025. 4. 21.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침묵과 전쟁 사이, 잊힌 진실을 향한 여정편지 한 장이 남긴 침묵, 그리고 두 쌍둥이의 역방향 여정캐나다 퀘벡의 법정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쌍둥이 남매 잔과 시몽은 어머니 나왈 마르완의 유언에 따라,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와 형을 찾아 중동으로 향한다. 처음부터 이 여정은 단순한 가족 찾기나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충격적인 진실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는 여정이다. 어머니의 침묵이 품고 있던 비밀은 무겁고 날카로우며, 관객은 쌍둥이와 함께 그 길을 따라가며, 숨겨진 진실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나왈은 평생을 침묵 속에서 살아왔다. 말없이 고통을 안고 살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은 편지 두 장, 그리고 법적 유언이었다. “그 사람에게 이 편지를 전해라.” 그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이며.. 2025. 4. 21.
로마 (Roma, 2018) 조용한 일상 속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회오리한 여성의 평범한 삶, 그 안에 담긴 세계의 진동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거대한 서사나 격동적인 사건이 아닌, 멕시코시티 중산층 가정의 가사도우미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며 잔잔하게 펼쳐진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대 초반, 정치적 격변과 사회적 긴장이 일상에 스며들던 시기지만, 이야기는 철저히 한 가정의 내부에서 출발한다.클레오는 원래 가족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존재는 명확히 ‘가사노동자’로 규정되어 있다. 그녀는 아이들을 돌보고, 빨래를 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그런 일상 속에도 작고 섬세한 감정의 굴곡이 일어난다. 그녀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연인의 무책임한 태도와 갑작스러운 이별은 그녀를 한순간에 혼자 .. 2025. 4. 21.
사울의 아들 (Son of Saul, 2015) 가스실의 어둠 속에서 찾은 이름 없는 아들의 얼굴영화는 시작부터 압도적인 긴장감과 불편함으로 관객을 휘감는다. 사울 하우스란 더는 아우슈비츠에서 ‘존더코만도’로 일하는 헝가리계 유대인이다. 그는 동족의 시신을 처리하고 청소하며, 가스실의 죽음을 매일 목격하고 살아남는다. 영화는 사울의 어깨 뒤에서 시작된 긴 클로즈업 샷을 통해, 이 지옥 같은 현실을 그 어떤 해설이나 배경 설명 없이도 관객에게 직접 체감시키는 방식으로 풀어낸다.어느 날, 사울은 가스실에서 죽은 소년의 시신을 마주한다. 다른 시신과는 달리, 그는 이 아이를 ‘아들’이라고 여긴다. 혈연인지 아닌지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밝히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관계의 진위가 아니라, 사울이 이 소년에게 마지막 인간적인 존엄을 주고자 결심한다는 점이다. .. 2025. 4. 21.
기생충 (Parasite, 2019)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단순한 흥행작이나 아카데미 수상작 그 이상이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계층 불평등을 기막힌 위트와 날카로운 통찰로 꿰뚫으며, ‘어디까지가 풍자이고 어디부터가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끊임없이 던진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영화는 한국의 현실을 소재로 삼았지만 그 안에는 전 세계 공통의 불평등 구조와 인간 본성에 대한 정교한 은유가 담겨 있다. 지하와 지상, 두 계급이 얽히는 기묘한 침투극기택 가족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저소득층 4인 가족이다.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 그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간다. 그러던 중 기택의 아들 기우가 부유한 박 사장 집의 딸 다혜의 영어 과외 교사로 위장 취업하면서, 이 가족의 운.. 2025. 4. 21.